홈페이지를 죽인 범인은 바로...

2019. 8. 27. 07:00




여름 휴가라는 제목으로 며칠 쉬게되었다.

수험생 아들 때문에 어딜 가기도 애매하고...
올 여름은 별다른 스케줄 없이 남아있는 가족들과 박물관 투어나 하기로 했다.
여름엔 시원한 박물관, 겨울엔 산과 바다.
이게 우리 집에서 주로 휴가 보내는 방법이다. ^^

오늘 첫 방문은 경복궁 옆 국립고궁박물관으로. 
그나마 최근에 생긴 박물관이라 아이들 어렸을 때는 없었던듯 싶다.

박물관 입구를 막 들어서는데 바지주머니가 부륵부륵 거린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더니 사무실이다.
 
허허. 이런....
 
구석진 자리로 이동하면서 가족들에게는 손짓으로 먼저 박물관으로 들어가라 하고 통화를 시작한다.

"차장님. 홈페이지가 죽었어요"
"ㅜㅜ"
 
 
"그게요, 홈페이지 담당자가 메뉴 조금 수정하고 업데이트 했다는데 홈페이지가 안나와요. 원복도 안돼요"
"ㅠㅠ"
 
 
"차장님?"
 
간단하게 통화가 끝나지 않을듯해서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 열기면 40도쯤 되지 않을까 싶은 후끈한 열기가 쏟아진다.
 
"대리님. 다시 천천히 얘기해봐요. 언제부터 그랬다고?"
 
 
 
더운 날씨 만큼이나 열기를 뿜어내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서버를 담당하는 직원이 건강검진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라 네트워크 담당하는 직원이 일단 내게 전화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장애증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네트워크 담당보다는 홈페이지 운영 담당과 통화하는게 나을듯 해서 운영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영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홈페이지에 팝업을 게시하거나 메뉴를 수정하려면 CMS라는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서 작업을 하는데
운영 담당자가 CMS 페이지에서 작업하고 업데이트를 했는데 갑자기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었다는거다.
 
운영 담당자에게는 혹시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원복시킬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고 다시 네트워크 담당에게 전화로 몇가지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었다.
(각 프로세스들 확인 및 로그 확인 방법 등)
 
 
지금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 사무실로 들어가야 하나?
 
- 여기서 사무실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릴텐데...
 
- 그러면 왕복 2시간은 넘게 걸릴텐데... 아니 그보다 2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상황일까? 장애 원인도 아직 모르는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난달 시스템 담당 인원 보충에 대한 건의가 말도 못꺼내보고 묻혀버렸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사무실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희미해진다. 

업무시스템이 20여개에 서버가 300대가 넘는데 전체 인프라를 4명이 관리하는건 무리라고 분명 이야기했건만...
 
- 아... 왜 전화를 받았을까......

- 왜 전화기를 챙겨 나왔을까...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박물관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가족들이 보인다.
아마 내가 곧바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으니 궁금해서 날 찾는 모양이다.
 
 
"사무실에 들어가봐야해?"
 
가족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어이구. 설마.  괜찮을거야. 하.하.하."
 
웃으면서도 정말 괜찮은건지 나도 자신할 수 없었다.  괜찮길 바라는 마음에서 웃었는지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면서 시간이 조금 지났고
 
가족들을 박물관 안으로 다시 밀어넣고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박물관 입구에서 계속 서성이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홈페이지 운영 담당자가 어떻게 어떻게 원상복귀해서 지금은 서비스가 정상으로 돌아왔단다.
 
짝!짝!짝!짝!
 
박수 쳐줘야 한다. 하.하.하.하.
 
 
이제 아무 것도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내일 아침 출근해서 상황을 본다고 전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직원들과 미팅을 했더니
 
서버 담당 직원은 건강검진 끝나고 자신의 폰에 쏟아진 부재중 전화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ㅋ
그리고 오후에 사무실에 복귀해서 몇가지 알아낸 사실을 내게 전해준다.
 
 
1. CMS 페이지에서 수정 후 전송을 하면 DB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엉뚱하게 null값이 들어간단다.
   그래서 홈페이지가 안보이는 현상이 생겼다고
 
2. CMS에서 수정한 페이지가 아주 간단한 내용일 경우(공사중 화면 같은) 정상적으로 DB에 값이 들어간다
 
3. 웹방화벽에서 뭔가를 차단하는거 같아서 웹방화벽 엔지니어를 호출했다는 것.
(어제 웹방화벽 담당자를 협박 반, 애걸 반 해서 보안기능을 몇가지를 해제했더니 CMS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걸 확인했다고 한다)
 
 
웹방화벽을 어떻게 의심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직원 답변
 
"우리가 뭘 안했는데 차단당하면 보안이 범인이잖아요"라면서 웃는다.
 
 
 
 
오호. 이렇게되면 모든 짜증을 보안부서에 쏟아내면 된다. 캬캬캬캬.
 
"내가 말이야 어제 휴가였는데 말이지~~~~~ "
 
 
 
 
결론.
 
현재 사용중인 웹방화벽은 Penta SECURITY의 WAPPLES-10000 장비다.
 
근데 이 와플 웹방화벽 장비의 5.0.0.21버전 이하에서 parameter size 10260 초과시 패킷 드랍 이슈가 있다고 한다.
즉 10260 이상의 패킷이 유입되면 방화벽이 패킷을 버려버린다고 한다. (엥? 미친!)
 
좌우간 이 문제는 알려진 문제이고 5.0.0.22 버전 이상으로 패치하면 해결된다고 한다.
 
실제 웹방화벽 패치 후 CMS 페이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걸 확인했다.
 
 
 
모든 상황이 끝났지만
 

웹방화벽에 해당 이슈가 있다고 하더라도 멀쩡히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날부터 패킷을 드랍시켰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또루아빠 뒤죽박죽 SM 돌파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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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승

    ㅎㅎ안녕하세요! 엑셀 작업하느라 검색하다 또루아빠님 페이지가 자주 출몰(?)해서 관심가지고 보고 있었는데, 이런 소소한 일상얘기를 빙자한 정보전달 글이 올라왔네요 ㅋㅋㅋ

    엑섹에서 많은 도움 얻고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앞으로도 건승하시고 휴가 오롯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2. 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___^